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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조모

[습관의 재발견]마음이 너무 힘들었던 그때, 힘이 되었던 책

by d2-caffeine 20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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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기즈(Stephen Guise) 습관의 재발견

 

작게, 사소하게, 가볍게 시작하기

너무 오래된 일이라 지금은 언제였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대학에 다니기 위해 부모님을 떠나 서울 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겪었던 마음이 꺾이는 것을 느꼈던 때였습니다. 부모님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대학을 다니며 틈틈이 스스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나도 모르던 응어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갑자기 어느 날, 모든 의욕이 사라져버렸고 마음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뭘 해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뭘 해도 다 엉망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기분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큰 어려움 없이 착실히 해 나가던 일들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고,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공포와 고통으로 다가오기까지 했습니다. 머릿속에는 온통 '시작했다가 잘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와 같은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잠겨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엉망이어서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어 한없이 우울했지만, 시간은 나의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고, 나는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내가 하던 일을 나의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도 없었기에 그저 매일 아픈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픔이 쌓이고 쌓여서 정말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까지 느꼈을 때, 살기 위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음악도 듣고, 자꾸 밖에 나가보고, 뭔가 기분을 환기시켜줄 책이 있나 찾아보던 중, 책 한권에 대한 소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소개 글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아무 고민도 없이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구매한 뒤 마음이 급했던 나는 바로 집으로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프롤로그와 책의 구성이 담긴 페이지를 대충 읽어 넘긴 후 제1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멍하게 계속 읽다가 그때의 나에게 위로가 되고, '시작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보다 훨씬, 아주 훨씬 낫다.

 

앞서 말했듯이, 잘 해내지 못할까, 실패할까 두려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문장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아니냐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저 한 문장이 정말로 큰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조금만 더 읽어 볼까 하며 읽었던 책은 그 당시의 나에게 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던 것 하나는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나도 모르게 내가 나에게서 완벽함을 추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떠올려보면 그때 내가 마음이 힘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나 자신의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기준을 세우고서 그 기준이상을 해내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자꾸만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데, 거기에 자신을 탓하기까지. 그러다 자기비하를 하게 되었고, 그것이 자기혐오가 되고 자신을 스스로 싫어하게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던 나의 모습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때의 나의 상황, 나의 기분들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책에서 말하는 '작은 습관'을 몇 개 정해놓고 해보았습니다.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기, 팔굽혀 펴기 1번 하기, 책 한쪽 읽기. 고작 30페이지도 되지 않는 글을 읽고서, 책에서 제시한 대로, 그때의 나에겐 계획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정말 사소한 것들을 계획하고 다음 날부터 그 계획을 하루, 하루 지켜나갔을 때, 믿기 힘들었지만, 마음이 아주 조금 괜찮아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매일 해오던 정해진 시간이 일어나기, 고작 3초도 걸리지 않는 팔굽혀 펴기 1회, 10분도 걸리지 않는 책 한쪽 읽기를 했을 뿐이었지만 정말 거짓말처럼 내가 뭔가 해낸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매일 매일 조금씩이지만 읽지 못한 부분들을 읽었고, 정말 작은 계획도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작은 계획을 지켜나갔고, 몇 가지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그날의 작은 습관들이 지금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날의, 그때의 나에겐 하루 더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던 책입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낄 테지만, 만약 그때의 나와 같이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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